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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소재 경쟁, ‘시제품’ 넘어 ‘양산 부품’으로

작성: ADMIN
3D프린팅 소재 경쟁, ‘시제품’ 넘어 ‘양산 부품’으로

복합소재 4,000만 달러 투자 유치 · 광경화 수지 첫 국제 표준물질 상용화 · PEEK 산학 3년 협약

2026년 하반기 글로벌 적층제조(AM) 시장의 화두는 장비가 아니라 소재다. 복합소재 양산 기술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그동안 업계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던 ‘소재 물성 측정의 편차’를 잡기 위한 국제 표준물질이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고성능 폴리머와 금속 합금 연구도 산학 협력 체제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소재가 시제품용 보조재에서 최종 생산 부품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1. 복합소재, 대량생산의 문턱을 넘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임파서블 오브젝트(Impossible Objects)는 지난 9월 11일 4,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인플렉션 에쿼티(Inflection Equity)가 주도하고 아론 웰스 매니지먼트, OCA 벤처스, 임팩트 캐피털, 엑셀 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자금은 자사의 복합소재 적층제조(CBAM, Composite-Based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 양산 확대에 투입된다.

회사 측 발표에 따르면 주력 장비 CBAM 25는 분당 최대 25개 층을 적층하며, 이는 경쟁 양산용 적층제조 기술 대비 15배 빠른 수준이다. 탄소섬유를 포함한 고성능 복합소재를 사용해 최대 200MPa 강도의 부품을 수축과 휨 변형을 최소화하며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성능 수치들은 기업 자체 발표 기준이며 제3자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지점은 적용 분야다. 2025년 초 CBAM 25 출시 이후 미 공군, 국립항공연구소(NIAR), 오리건 제조혁신센터, 로체스터 공과대학 등에 도입됐고, 미 육군 록아일랜드 조병창에서는 월 최대 1만 대 규모의 드론 동체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로 확보한 미국 정부 계약 규모는 2,000만 달러다. CNC 가공과 사출성형이 담당하던 영역을 금형 없이 대체하겠다는 전략이 실제 방산 조달 물량으로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2. 소재 신뢰성의 조건 — ‘표준물질’의 등장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광경화성 3D프린팅용 기준물질(Reference Material) ‘RM 8047’의 상용 공급을 시작했다. 3D프린팅 분야에서 나온 첫 기준물질로, 광중합 공정의 핵심 지표인 ‘워킹 커브(working curve)’ 측정을 표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워킹 커브는 레진이 층마다 충분히 경화돼 화학적으로 결합하되 과노광으로 물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기준선이다. 그동안 빛 침투 깊이와 임계 노광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이 실험실마다 크게 달라 상업적 확장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RM 8047은 세 종류의 아크릴레이트 모노머/올리고머 혼합물에 광개시제와 광흡수제를 배합한 표준 레진으로, 장비가 규격 범위 내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NIST 적층제조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이자 광중합 적층제조 얼라이언스(PAMA) 차기 집행위원장인 칼리 히긴스(Callie Higgins)는 30개 이상의 이해관계 기관이 참여해 실험실 간 표준 시험법을 정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라믹 분야에서도 유사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NIST는 지르코니아 현탁액을 기반으로 세라믹 슬러리의 점도 측정용 기준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세라믹 슬러리는 전단력에 따라 점도가 변하는 비뉴턴 유체여서 재현성 확보가 어려웠다. NIST는 산업계·학계 20개 실험실에 시료를 보내 레오미터 측정값의 일관성을 확인한 뒤, ASTM F42 및 ISO TC 261 위원회를 통해 공통 시험 절차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3. 슈퍼 폴리머·금속 합금, 산학 연구 전선 확대

이탈리아 로보즈(Roboze)는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 ‘마리오 루체르티니’ 기업공학과와 3년간의 과학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고성능 폴리머 연구가 핵심으로, PEEK 기반 소재와 열가소성 매트릭스를 공동 연구하며 바이오메디컬·자동차·항공우주·방산용 고급 부품을 위한 적층제조 필라멘트의 개발과 물성 평가를 진행한다. 로보즈의 R&D·제품 총괄 시모네 쿠시토(Simone Cuscito)는 이번 협약을 PEEK 기반 신소재 개발을 가속하는 전략적 단계로 평가했다.

금속 소재에서는 워싱턴주립대(WSU) 연구진의 GRCop-42 연구가 눈에 띈다. 구리·크롬·니오븀 합금인 GRCop-42는 액체 로켓엔진 연소실 등 항공우주 분야에 널리 쓰이지만, 출력에 드는 에너지와 비용이 커 적용 범위가 제한돼 왔다. 공정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적용 산업이 넓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 검증 측면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이플러스3D(Eplus3D)는 영윌 에어로스페이스(Young-Will Aerospace)와 함께 니켈-구리 합금의 레이저 분말베드용융(LPBF) 공정 검증을 완료했다. 소재 자체의 개발만이 아니라 ‘해당 소재를 재현성 있게 출력할 수 있는가’를 입증하는 단계가 산업 채택의 관문이 되고 있다.

4. 의료·치과 소재, 규제 관문을 통과하다

스프린트레이(SprintRay)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수복 치의학용 소재 ‘Midas Restore’를 선보였다. 세라믹을 첨가한 레진으로, 임시 보철이 아닌 인레이·크라운·베니어 등 최종 수복물을 대상으로 한다. 치과 3D프린팅 소재가 ‘임시’에서 ‘영구’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생의학 연구도 진전을 보였다. 다광자 리소그래피로 제작한 생분해성 마이크로 스캐폴드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이식 12주 후 토끼의 연골 재생이 대조군 대비 크게 개선된 결과가 보고됐다. 의수용 3D프린팅 전자피부, 약물전달용 마이크로니들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생체적합성 레진 수요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5. 지속가능성 — 폐플라스틱과 생분해성 소재

소재의 순환 구조를 겨냥한 연구도 이어진다.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카본데일 캠퍼스 연구진은 미생물을 이용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폐기물을 분해하고 이를 식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아직 실험실 단계지만, 폐플라스틱을 원료 측에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표준화 체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ASTM 인터내셔널은 기존 첨단제조 부문(Advanced Manufacturing Division)을 ‘핵심·신흥기술 부문(CET,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Division)’으로 재편했다. 빠르게 융합되는 기술군에 대응해 표준 제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ASTM은 세라믹 적층제조 설계 표준도 별도로 제안한 상태다.

6. 시사점 — 국내 산업계가 볼 지점

이번 흐름은 세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투자 자금이 ‘더 빠른 프린터’가 아니라 ‘양산 가능한 소재-공정 패키지’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표준물질과 공정 검증이 산업 채택의 실질적 관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물성 데이터를 재현 가능한 형태로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셋째, 항공우주·방산·의료 등 규제 산업이 소재 혁신의 최대 수요처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과 교육기관 입장에서는 장비 도입 못지않게 소재 물성 평가와 공정 재현성 검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교육·메이커스페이스 영역에서도 단순 출력 실습을 넘어 소재별 특성과 후처리, 품질 검증 개념을 함께 다루는 커리큘럼 설계가 요구된다.

3D프린팅 타임즈 보도본부(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