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한국 노동시장을 흔든다

인공지능(AI)이 글로벌 노동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그 거대한 파고 앞에 서 있다. 2026년 5월, 커넥트 랩(Connect Labours)이 발표한 "AI가 2035년까지 인간을 대체하는 방법" 보고서는 냉정한 수치로 미래를 제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는 9,200만 개에 달하지만, 동시에 1억 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순증 규모가 7,8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는 전환점에서, 한국은 수혜자가 될지 피해자가 될지 기로에 서 있다.
■ 글로벌 경고 — 골드만삭스 “3억 개 업무 자동화 가능”
골드만삭스는 AI가 전 세계 3억 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해당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 역시 AI와 자동화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 근로자의 약 15%가 직업 전환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가 기업 관계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46%가 생성형 AI로 인해 HR 분야에서 3년 안에 3% 이상 규모의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다.
"AI는 위기이자 기회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 한국은행 보고서
■ 한국의 현실 — 노동인구 절반 이상이 변화 기로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직업의 변화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24%의 근로자가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7%는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별 영향도 뚜렷하다. 고용노동부의 직업 전문가 887명 대상 델파이 조사에 따르면, 사무종사자·판매종사자·장치기계조립·단순노무 직군에서 AI 대체 가능성이 61~80%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숙련 전문직과 대면 업무 중심의 서비스직은 대체 가능성이 21~4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음식·숙박업은 2028년까지 고용이 14.7% 감소하고, 운수·물류업은 2035년까지 21.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 청년층 직격탄 — 초급 일자리부터 사라진다
앤트로픽(Anthropic)이 2026년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2~25세 청년층은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며 신규 채용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나 초급 교육 비용을 절감시키면서, 전통적으로 신입 직원들이 담당하던 초급 업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고객 서비스 담당자, 금융 분석가 등이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꼽혔다.
■ 위기인가, 기회인가 — 전문가들의 시각
그러나 전문가들은 AI를 단순히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도구로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삼일PwC는 "AI 자체가 일자리의 위협이 되기보다는, AI를 업무 조력자로 활용할 줄 아는 인력이 노동시장 수요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산업 규모 자체가 성장하고, 이것이 새로운 노동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저출산·고령화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AI가 부족한 노동인력을 보완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의 발전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과제 — 교육·직업훈련 체계의 전면 재편 시급
KDI는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및 직업훈련을 통해 필요한 숙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ILO·OECD의 최신 연구에서도 AI로 완전 대체될 위험이 있는 일자리는 5.5%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직업에서 업무 방식과 필요 역량이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AI 시대에 맞는 재교육·전직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AI와 XR 분야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속도에 정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D프린팅타임즈 황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