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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주둥이가 3D프린터 노즐로…바이오프린팅의 새 지평

작성: ADMIN게시일: 2026년 4월 1일

캐나다 연구진, 초미세·저비용·친환경 '3D 네크로프린팅' 기술 개발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진이 암컷 모기의 흡혈 침을 활용한 혁신적인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환 카오(Chang-Hwan Chao)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모기의 주둥이(구기, proboscis)를 3D 프린터 노즐로 재활용하는 '3D 네크로프린팅(necroprinting)' 기술을 공개했다.

기존 노즐 대비 1.5배 정밀, 가격은 80분의 1

연구팀이 개발한 모기 주둥이 노즐은 폭 20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 선을 인쇄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시판되는 최상급 미세 노즐(내경 약 35㎛)보다 1.5배 높은 해상도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이 초미세 구조는 자연이 만들어낸 정교함의 산물이다.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놀랍다. 기존 상용 36게이지 노즐의 개당 가격이 80달러에 달하는 반면, 모기 주둥이 노즐은 제작비가 1달러 미만이다. 모기 1마리의 사육 비용은 약 2센트에 불과해 대량 생산 시 원가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2주 사용·1년 보관 가능한 내구성

생물 유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은 충분하다. 제작된 노즐 대부분이 약 2주 동안 정상 작동했으며, 동결 보관 시 최대 1년까지 보존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기의 흡혈 침은 내부 통로가 섬세하게 구조화돼 있으면서도 약 60킬로파스칼(kPa)의 내부 압력을 견딜 만큼 튼튼해 바이오잉크 같은 점성이 높은 재료도 안정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대학원생 저스틴 푸마(Justin Puma) 연구원은 "상용 노즐로는 출력 중 번짐이나 끊김이 생길 정도의 난이도였던 디자인도 안정적으로 구현됐다"며 "기존 노즐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파손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기 이식용 인공장기 제작의 핵심 기술로

연구팀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암세포와 적혈구가 포함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미세 지지체(bioscaffold)를 제작했는데, 세포가 이 구조물 내부에서 생존하며 형태를 유지했다. 이는 장기 모사체(오가노이드) 제작, 종양 모델링, 재생의학용 미세 지지체 생산 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바이오잉크 '플루로닉 F-127'을 사용해 미세 혈관 구조 스캐폴드를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미세 혈관 구조는 이식용 인공장기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카오 교수는 "모기의 흡혈 침은 원래 사람의 피부를 뚫을 때 통증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지녀 생체 삽입에 최적화돼 있다"며 "정밀 약물 주입 장비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연의 정교함을 기술로 재현

연구팀은 모기 주둥이에 주목하기 전 전갈의 독침, 뱀의 송곳니, 식물의 목질 용기 등 다양한 생물 조직을 검토했다. 그 결과 암컷 모기의 구기가 20마이크로미터 폭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숙련된 작업자는 현미경 아래에서 구기를 절단·추출해 1시간에 6개의 노즐을 제작할 수 있으며, 기존 3D 프린터에 바로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활용도를 높인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크리스천 그리피스(Christian Griffiths) 부교수는 "자연이 오랜 진화를 거쳐 만든 구조는 인간이 설계로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며 "생물의 정교한 구조를 기술로 확장하는 흥미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생물의 기관을 기계 요소로 전환하는 연구는 나방 촉각을 활용한 냄새 탐지 기술, 거미의 사체를 로봇 집게로 변환한 '네크로봇(necrobot)'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모기 구기 노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초정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3D프린팅타임즈  서은비 기자